군포 당일 여행하기, 수리산
작년 겨울 어느 날의 이른 아침에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를 담고 사과와 과자를 조금 준비해서 군포의 대표 명산인 수리산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수리산 입구에 들어서자 도시의 소음은 금세 잊혔다. 등산로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었고, 곳곳에 이정표도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나는 수리사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봄꽃 향기가 어우러지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참을 걷다 도착한 수리사는 천년 고찰이라는 이름답게 고요함과 정갈함이 인상적이었다. 대웅전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으니, 마음속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둘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수리사 뒤편 언덕을 조금만 더 오르면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군포 시내의 전경은 숨이 탁 트이는 듯했다.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이런 자연을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하산 후에는 바로 인근 철쭉동산으로 향했다. 봄철이면 꼭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였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언덕을 따라 수천 송이 철쭉이 분홍빛으로 피어 있어 마치 꽃의 물결이 흐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웃으며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다. 나도 포토존에서 몇 장의 셀프 사진을 찍고, 언덕 꼭대기 벤치에 앉아 꽃향기와 봄바람을 한껏 느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꽃동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수리산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동선이 훌륭해 당일치기 코스로 딱 맞는 느낌이었다. 아침을 푸르른 산길에서 시작하고, 낮엔 꽃 속에 파묻혀 화사함을 느낀 하루 였다. 수리산과 철쭉동산은 그야말로 봄을 제대로 맞이하기에 완벽한 조합이었다.
초막골생태공원과 반월호수공원
근처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난 뒤, 조용한 자연을 느끼고 싶어 찾아간 곳은 초막골생태공원이었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 근교에서 이런 곳을 발견한 게 너무 반가웠다. 잘 정돈된 산책로와 초록빛이 가득한 잔디, 작고 예쁜 연못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도심 속 작은 생태 마을 같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수풀 사이에서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연못 근처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공원 한쪽에는 생태 정보를 전시해둔 작은 안내소도 있었는데, 군포의 동식물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배우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고, 오랜만에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초막골생태공원에서의 여유를 충분히 느낀 뒤에는 반월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호수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주변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잔잔한 물결 위로 나무 그림자와 하늘이 아름답게 비쳤고, 중간중간 설치된 정자와 쉼터마다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거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특히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호수 위에 황금빛이 퍼지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호숫가 근처에서 집에서 준비해온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꺼내어 데크 위의 벤치에 앉았다. 따뜻한 커피 향기와 함께 바라본 풍경은 지금까지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했다. 이곳은 번잡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좋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었다.
누리천문대에서 마무리
군포 여행의 마지막은 누리천문대였다. 사실 그동안 천문대라는 곳은 TV나 책에서만 접했지,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라 내심 설렘이 컸다.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어린이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데이트 나온 연인들로 꽤 활기찬 분위기였다. 나는 입장권을 끊고 전시실부터 차근차근 둘러보기 시작했다. 태양계 행성의 축소 모형, 별자리 설명 패널, 그리고 천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주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주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밤하늘 속 은하수를 재현한 조형물이었다. 조명이 어두운 공간 속에서 푸른빛으로 빛나는 은하수 모형은 진짜 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후 일정은 천체투영관 관람이었다. 돔 형태의 극장에 앉아 조명이 꺼지고 천장이 서서히 별들로 가득 찰 때, 순간적으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별자리 하나하나에 얽힌 신화와 이름들이 해설과 함께 등장하며 스토리텔링이 이뤄졌고, 눈으로만이 아니라 귀로도 즐길 수 있어 감동이 더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망원경을 통한 실제 천체 관측. 옥상으로 올라가 전문 망원경으로 달의 크레이터, 금성, 그리고 여러 별자리를 직접 보는 경험은 그야말로 신비로웠다. 별을 이렇게 또렷하게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그날 하루의 기억이 천천히 정리되었다. 자연 속을 걷고, 꽃을 보고, 호숫가를 거닐고, 별을 올려다본 하루. 군포에서 보낸 이 하루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