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당일 여행, 한국만화박물관
부천 당일여행의 첫 시작은 한국만화박물관이었다. 만화라면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이토록 진지하게 만화를 마주한 적은 처음이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반기는 건 어릴 적 손때 묻은 만화책의 향기, 그리고 벽면 가득한 추억의 캐릭터들이었다. 입구에서부터 '태권브이', '아기공룡 둘리' 같은 익숙한 얼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지만, 나처럼 혼자 온 이들도 은근히 많았다. 어릴 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가며 보던 그 만화책들이 시대별로,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박물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직접 만화를 그려보는 체험 코너도 있었고, 만화 속 장면을 재현해 놓은 포토존도 다양하게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셔터를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른다. 특히 감동이었던 건 국내 만화의 역사에 대한 전시였다. 만화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풍자하고, 사람들의 정서를 위로하는 매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 줬다. 디지털 만화의 발전과 함께 바뀌어온 만화 플랫폼에 대한 소개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웹툰만 소비했던 것이 변화해 온 만화 역사의 결과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박물관 1층에는 작은 도서관처럼 운영되는 만화 열람실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학창 시절 읽었던 순정만화 한 권을 꺼내 들고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현재가 교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부천 당일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감성이 충만해졌다. 만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혹은 오래 만화에서 멀어져 있었더라도, 이곳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볼 만한 감성 여행지임이 분명했다.
생태공원과 로보파크
박물관을 나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부천자연생태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심 속에 이런 조용하고 푸르른 공간이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바쁘고 회색빛인 도시 이미지의 부천과는 다르게, 이곳은 생명의 소리와 색으로 가득했다. 공원은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작은 연못과 생태 연못, 그리고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이어졌다.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들리는 새소리와 개울물 흐르는 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도시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공원에는 곳곳에 생태에 대한 정보가 담긴 팻말이 설치되어 있어,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태 교육이 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나비정원과 곤충체험관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는데, 나 역시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건 분명 도시 생활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조용히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평온해졌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부천로보파크였다. 이름만 들었을 땐 단순한 전시 공간일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로봇의 역사부터 최신 인공지능 기술까지, 로봇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들과의 체험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흥미를 주었다. 로봇 팔이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장면은 나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신기했다. 직접 조종해 보는 체험 코너도 있었고, 로봇과의 게임 대결도 준비되어 있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 직후, 로봇을 통해 미래 기술을 경험한 것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생태공원이 생명의 기원을 느끼게 했다면, 로보파크는 인간의 창조력과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두 곳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감동을 주는 체험지였다.
아인스월드에서 마무리
부천 당일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선택한 곳은 아인스월드였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1:25 크기로 재현한 미니어처 테마파크다. 입장하자마자 만난 '에펠탑'과 '피사의 사탑', 그리고 '타지마할'과 '콜로세움'까지 세계 곳곳을 돌며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크기지만 정교한 디테일과 실감 나는 연출 덕분에, 잠깐이면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모든 걸 직접 보고, 걷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모형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건축물마다 역사적 설명과 그 나라의 문화 배경이 함께 소개되어 있어, 작은 세계 문화 박람회를 체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지만 혼자 와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한 공간이었다. 인생샷을 건지기 좋은 포토존도 많아서, 나도 삼각대를 세워놓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남겼다. 특히 석양이 지는 시간대엔 건축물들이 붉은빛을 받아 정말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이곳은 밤이 되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데, 조명과 함께 미니어처 도시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낮에는 교육적이고 흥미로운 장소였다면, 밤에는 감성적인 산책 코스가 되는 셈이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줄고 조용해지는 시간에는 마치 혼자 세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천천히 걷다 보니, 이 하루가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아인스월드를 나설 때쯤엔 몸은 살짝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득 찬 느낌이었다. 하루 동안 만화로 시작해 자연과 로봇을 지나, 세계 여행으로 마무리한 부천 당일여행. 문화와 자연,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진 이번 여행은 꽤나 밀도 높은 여행이었고, 또 하나의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