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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당일 여행 - 안성맞춤랜드, 남사당 전수관, 칠장사 등

by 감사하쟈 2025. 4. 6.

안성시 안성맞춤랜드
안성 안성맞춤랜드

안성 당일 여행기, 안성맞춤랜드에서 맞이한 상쾌한 아침

아침 8시 50분쯤 버스에서 내려 땀 기운이 채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안성의 안성맞춤랜드 정문 앞에 섰다. 잔디밭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어 마치 금빛 이불을 덮어 준 듯했고, 공원 곳곳에서는 새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입구를 지나 오른쪽 산책로로 접어들자 이른 시간이라 한적했고, 물안개가 연못 위로 살포시 내려앉아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연못 가장자리 벤치에 잠시 앉아 가방에서 꺼낸 커피를 홀짝이니, 커피 향과 흙내음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이 한층 맑아졌다. 곧장 공예문화센터로 향했다. 도자기 빚기 체험실 안에는 이미 몇몇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분주히 흙을 만지고 있었다. 진흙을 회전판 위에 올리자 차가운 감촉이 낯설었지만, 손끝으로 형태가 잡힐 때마다 짜릿한 성취감이 밀려왔다. 진흙 투성이가 된 손을 보고 친구와 웃음을 터뜨린 뒤, 물로 씻어낼 때마다 마음속 응어리도 함께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점심 전에는 천문과학관 플라네타리움을 찾았다. 돔 천장에 반짝이는 별빛이 쏟아지자,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해설사가 들려주는 별자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머릿속으로 수천 광년 떨어진 은하계를 여행했다. 마지막으로 사계절썰매장에 들러 집라인을 탔다. 헬멧과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한 발 내디딜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며 속도를 즐기는 순간,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탔던 썰매가 떠올랐다. 속도감이 상상을 초월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지만, 넓은 공간 덕분에 붐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잔디 위에서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곳에 살았다면 매일 아침 산책을 했을 텐데'라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편안한 공간이 서울 근교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남사당 전수관에서 체험한 전통 예술의 흥

오후 1시쯤, 나는 작은 안내소에서 입장권을 손에 쥐고 남사당 전수관으로 들어섰다. 붉은 천막이 드리워진 공연장은 이미 관객들로 가득했고, 전통의 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첫 공연으로 펼쳐진 사물놀이는 북ㆍ징ㆍ꽹과리ㆍ장구의 박자가 온몸을 울렸다. 특히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자연스럽게 손뼉이 터졌다. 이어서 탈춤 무대가 시작되자, 화려한 색채의 탈을 쓴 예인들이 등장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쾌한 몸짓과 순간순간 달라지는 표정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인형극 같았다. 나는 공연 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예인의 리듬을 따라 몸을 흔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열린 탈 만들기 워크숍에서는 나무 판 위에 물감을 고르고 붓질을 시작했다. 처음엔 손이 떨렸지만, 색을 섞고 문양을 그릴수록 내 안에 숨겨진 예술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완성된 탈을 얼굴에 대보니 '이게 바로 나만의 작품이구나'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하이라이트는 줄타기 체험이었다. 안전 고리에 몸을 묶고 높이 약 1.5m의 줄 위로 올라섰을 때는 발끝이 오싹했지만, 강사님의 '천천히 한 걸음씩'이라는 격려에 용기를 얻었다. 떨리는 발끝으로 중심을 잡고 마침내 줄 위를 걷자, 짜릿한 성취감에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체험을 마치고 마당에 마련된 전통 다과 코너로 향했다. 달콤한 약과 한 조각과 시원한 식혜가 공연의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해설사와 대화를 나누며 남사당의 역사와 전승 과정을 듣는 동안, 나는 이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깊이 깨달았다. 마당 한쪽 포토존에서는 실제 공연 장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웃었고, 셔터 소리가 나올 때마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전수관을 떠날 때는 땀에 젖은 이마를 부여잡고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찰과 성곽이 어우러진 칠장사ㆍ석남사 그리고 죽주산성 트레킹

오후 4시가 넘어 칠현산 기슭 숲길 입구에 섰을 때,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반짝였고 발밑에서는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렸다. 15분쯤 걸어 오르니 칠장사의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와 위에 낀 이끼와 굵은 돌기둥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었고,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사방을 감싸자 자연스레 숨이 고르게 가라앉았다. 대웅전 앞마당에 놓인 돌의자에 앉아 스님이 건네준 대추차 한 잔을 마셨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등산으로 달아오른 몸을 부드럽게 감싸 주었다. 스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사찰의 창건 배경과 수행자의 일상을 들려주셨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칠장사에서 내려와 계곡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석남사가 나타난다. 바위 사이로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귀를 간질였고, 연못 위에 둥둥 떠 있는 연잎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작은 암자와 불상들은 자연 속에 녹아들어, 사람보다 자연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죽주산성 트레킹을 시작했다. 1.2km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으며 숲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성벽 위에 오르자 안성 시내와 멀리 서운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붉게 물든 하늘이 성곽을 물들여 눈을 뗄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마을 입구 작은 찻집에 들러 인삼차와 호두과자를 주문했다. 따끈한 차 한 모금에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고, 고소한 호두과자 한 입에 고단함이 잦아들었다. 찻집 주인장과 나눈 안성 옛이야기가 여행의 마침표를 따뜻하게 찍어 주었다. 찻집을 나서며 뒤돌아본 산길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머릿속에는 오늘 하루 걸었던 발걸음 하나하나가 또렷이 떠올랐다. 나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오늘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간단히 스케치하며, 다음에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