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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당일 여행 - 안양천, 삼막사, 만안교 등

by 감사하쟈 2025. 4. 23.

안양시 평촌중앙공원
안양시 평촌중앙공원

안양시 당일 여행, 안양천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가까운 안양으로 가벼운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요즘 마음이 복잡해서 멀리 가지 않고도 꽃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안양천의 벚꽃길이 생각났다. 평촌역 인근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즈음. 평일의 무게와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안양천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고, 멀리서부터 연분홍의 물결이 꿈틀대듯 다가오고 있었다. 안양천 산책로는 이미 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커플, 그리고 나처럼 혼자 걷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복잡하거나 불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천변을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들은 이제 막 절정을 맞이한 듯, 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잎이 소복소복 떨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꽃눈 같았고, 그 아래를 걷고 있는 나 역시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는 봄을 기록하듯 스케치북을 펼친 사람들,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 촬영을 하는 이들,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나는 벚꽃이 가장 많이 핀 구간을 찾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끝에는 꽃잎이 소복이 쌓였고, 내가 걷는 자국마다 꽃의 부스러기가 흔적처럼 남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시 멈춰 벚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꽃잎이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고, 눈앞에서는 아이들이 꽃잎을 날리며 깔깔 웃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이런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평소에는 놓치고 지나치던 풍경들이 이렇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여유를 찾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췄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안양천이 주는 평화로움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점점 멀어지는 도심의 소음, 그리고 가까워지는 자연의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자전거 바퀴 소리, 그리고 꽃잎 밟히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음악처럼 들렸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휴대폰을 꺼내 셀카를 한 장 찍었다. 따로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배경 속 벚꽃과 내 얼굴에는 분명히 봄의 기운이 가득 묻어 있었을 것이다. 안양천의 봄은 그렇게 내게 위로가 되었고, 나를 다시 조금 더 부드럽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다음 목적지인 삼막사로 발걸음을 옮길 시간. 안양천과의 짧은 봄 산책은 끝이 났지만, 이 따스한 기억은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삼막사

안양천에서 충분히 벚꽃을 만끽하고 난 후, 이번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삼막사로 향했다. 안양에서 삼막사는 꽤나 알려진 사찰로, 도시에서 멀지 않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정적과 고요함이 인상적인 곳이다. 평촌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삼막사 입구까지 이동한 뒤, 본격적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씨는 따뜻했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흘렀다. 삼막사는 관악산과 삼성산 경계 부근에 자리한 신라시대 고찰로, 그 유래와 깊이가 상당하다. 효공왕 3년, 900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막사(삼막)'가 있었던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오르는 길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경사가 살짝 있는 편이라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올라갔다. 오랜만에 찾은 숲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기운이 느껴졌고, 나무들이 풍성히 뻗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졌다. 입구를 지나자 마주한 삼막사는 고즈넉하고 단정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차분한 기운이 절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특히 대웅전 앞에 놓인 석탑이 인상 깊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서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수백 년간 사람들의 기도와 발걸음을 묵묵히 지켜본 듯한 느낌이었다. 사찰 경내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나는 법당 앞 마루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 풍경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도시에서 들리는 경적음과 대화 소리가 얼마나 날카롭고 빠른지, 이곳에 와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 삼막사에서는 시간도, 마음도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경내 뒤편에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고, 거기서 물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숲 속 작은 정자와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나는 그곳에 앉아, 가져온 텀블러의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한참을 머물렀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나도 아무 말이 필요 없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 굳이 누구와 함께하지 않아도 이런 고요한 공간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돌아오는 길,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말했다. "조금은 괜찮아졌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소인 만안교로 향했다. 마음은 한결 가벼웠고, 발걸음도 덩달아 부드러워졌다.

만안교와 평촌중앙공원

삼막사에서 내려와 다시 안양 시내로 들어섰을 때는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햇살은 여전히 따스했다. 곧장 안양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 만안교를 향해 이동했다. 만안교는 조선 정조 시대에 세워진 다리로, 그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화산릉)을 참배하러 수원으로 가는 길에 직접 건너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은 보행자 전용 다리로만 활용되고 있어, 오롯이 그 아치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역사 속 발자취를 되짚을 수 있다. 만안교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띈 건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개천과 7개의 홍예 아치 구조였다. 커다란 화강암으로 정성스럽게 다듬어 만든 아치들은 조선 후기 석교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었고, 마치 시간이 이 다리 위에서만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한참 동안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예전처럼 수레와 사람들이 오고 갔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다리 양쪽의 풍경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다리 옆에는 역사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정조의 행차 모형도나 그 시대의 교통로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이자 교통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현대의 삶에 찌들어 있던 생각들이, 몇 백 년의 역사 앞에서 작게 느껴지며, 마음이 말끔히 정리되는 듯했다. 그 뒤로 나는 가까운 평촌중앙공원으로 향했다.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이 도심 속 공원은 안양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 아이들 뛰노는 놀이터, 중앙 분수와 시계탑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고, 주말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곳곳에 마련된 피크닉 존에서 친구들,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그런 장면들이야말로 우리가 자주 놓치고 사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잔디밭 한편,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롭게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은 몇 페이지 넘기지도 못한 채, 시선을 멍하니 공원의 일상에 뺏기고 말았다. 한 아이가 비눗방울을 불며 그걸 따라 뛰어다니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어울려 대화하며 웃고 있었다. 마치 여기가 안양이라는 도시의 심장인 것처럼, 모두가 이곳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마음속 빈틈을 채워주는 건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아니라, 이런 평범하고도 깊은 일상의 풍경들이었다. 안양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충전하고, 다음 한 주를 버틸 힘을 얻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