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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당일 여행기 -호로고루, 당포성, 숭의정, 고랑포구 연천 당일 여행, 호로고루작년 가을, 일상의 반복과 생각의 무게에 눌려 조금은 지쳐 있던 나는, 사람 많은 곳보다는 조용하고도 깊은 울림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지도 위를 따라 손가락으로 찾은 곳이 바로 연천군, 그중에서도 '호로고루'였다. 서울에서 자차로 두 시간 반 정도 달리니, 어느새 복잡한 도시의 풍경은 사라지고, 황금빛 들판과 낮게 깔린 구름, 그리고 잔잔한 강물의 윤곽이 나를 맞이했다. 호로고루는 한때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의 남진을 막기 위해 구축한 최전방 보루 중 하나다. 지금은 성벽 일부만 남아 있지만, 강을 끼고 위치한 이곳의 지형을 보면 왜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입구에는 그리 크지 않은 주차장이 있고, 그 옆으로 잘 정비된 산책로가 호로고루 언.. 2025. 4. 17.
춘천 당일 여행 - 청평사, 소양강댐, 낭만골목 청평사작년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던 어느 날, 나는 오롯이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춘천이었는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청정한 자연과 역사적인 장소들, 그리고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청평사였다. 청평사는 단순히 도보로 갈 수 있는 절이 아니다. 우선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야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배를 타기 위해 소양강댐 근처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명의 여행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은 가족 단위나 연인들이었지만, 혼자 여행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도 더러 보여 마음이 놓였다. 유람선에 올라서자, 강을 따라 붉고 노랗게 물든 산자락이 차.. 2025. 4. 16.
광주시 당일 여행 - 율봄식물원, 경기도자박물관 등 광주시 당일 여행, 율봄식물원가을은 늘 감성의 계절이라지만, 혼자 걷는 가을 길은 그 감정을 더 진하게 만든다. 서울을 벗어나 가볍게 떠난 나의 광주 여행, 첫 목적지는 율봄식물원이었다. '율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정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정돈된 정원과 자연스럽게 흩어진 들꽃,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가을의 식물원은 여름의 활기를 뒤로하고, 조금은 성숙하고 차분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국화, 백일홍, 그리고 곳곳에 아직 남아 있는 코스모스들이 햇살 아래 흔들리고 있었고, 붉게 물든 단풍이 산책길 위로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걷는 내내 발밑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깔려 있었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귀를 간지럽혔다.. 2025. 4. 15.
원주시 두 번째 여행 - 용소막성당, 동화마을 수목원 등 원주시 두 번째 여행, 용소막성당작년 가을, 늦잠 자던 일상을 잠시 접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선택한 당일치기 여행지, 강원도 원주는 내게 이상적인 목적지였다.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점점 빌딩 대신 들판과 산이 보이고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첫 방문지는 원주 용소막성당. 이곳은 1905년에 지어진 강원도 최초의 천주교 성당으로, 근대문화유산 제112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일정의 시작점으로 정했다. 성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무렵. 가을 아침 햇살이 붉은 벽돌 외벽에 따스하게 내려앉아, 오래된 건물 전체를 감싸듯 빛나고 있었다. 바람은 살짝 서늘했지만 상쾌했고, 성당 앞마당.. 2025. 4. 14.
영종도 당일 여행 - 씨사이드파크, 영종진공원 외 2곳 영종도 당일 여행, 씨사이드파크 레일바이크지난여름, 무더위를 피해 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영종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서해대교를 지나 영종도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탁 트인 바다와 그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였다. 씨사이드파크에 위치한 이 레일바이크는 바다 옆 철길을 따라 달리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어 특히 여름철에 인기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긴 줄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페달을 밟자마자 철커덩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바이크는 금세 우리를 시원한 해풍 속으로 안내했다. 오른쪽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서해의 바다가 펼쳐지고, 왼편으로는 인천대교와 송도의 고층 빌딩들이 병풍처럼 서 있어 장관을 이뤘다. 여름이지.. 2025. 4. 13.
대부도 당일 여행 - 대부광산 퇴적암층 외 3곳 대부도 당일 여행, 대부광산 퇴적암층한여름 뙤약볕 아래, 그날 아침 나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 대신 조금은 낯선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적지는 '대부광산 퇴적암층'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과학 시간이 떠오를 법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지질학적 가치를 가진 장소를 넘어, 서해 바다의 오랜 기억이 켜켜이 쌓인, 자연과 시간이 함께 만든 거대한 예술작품과도 같은 곳이었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간 끝, 붉은 흙과 회색 바위가 어우러진 암석 지형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대부광산 퇴적암층은 수십만 년 전 이 지역이 바다였을 시기의 지질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소다. 바위면에는 고대 조개류의 흔적, 미세한 모래층, 점토질 성분 등이 층층이 쌓여 있어 당시 해양 생태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단순한.. 2025. 4. 12.